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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10분 읽기·2026-06-03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 — 진실 경향에 대하여

나이 들수록 '내가 옳다'는 확신이 강해지는 이유, 그리고 그것이 가장 소중한 관계를 어떻게 조용히 무너뜨리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심리 건강#인지행동치료#긍정심리학

밥상 앞에서 생긴 일

어느 날 저녁, 가족이 모두 모인 밥상 앞이었습니다.

아들이 새 직장 이야기를 꺼냈어요. 연봉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했죠.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그건 아니야. 지금 세상에서 그런 생각은 철없는 거야."

아들은 조용히 밥을 먹었습니다.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어요. 밥상 위에 침묵이 내려앉았고, 어머니는 김치를 집으며 눈을 피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날 밤 혼자 거실에 앉아 생각했을 겁니다. '내가 맞는 말을 했는데 왜 분위기가 저러지?' 라고요.

혹시 이런 장면, 낯설지 않으신가요?


'내가 옳다'는 확신은 어디서 오는가

우리가 50대, 60대, 70대가 되면 인생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실패도 해봤고, 성공도 해봤고, 사람에게 배신도 당해봤고, 예상치 못한 행운도 만났어요. 그 경험들이 쌓이면서 우리 안에는 하나의 확신이 만들어집니다. '나는 이 정도 살아왔으니 뭔가 안다'는 그 느낌이요.

그건 잘못된 게 아닙니다. 오히려 당연한 겁니다.

문제는 그 확신이 어느 순간 '내 생각이 진실'이 되어버릴 때입니다. 내가 경험한 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고,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이 타인에게도 옳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굳어질 때요.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진실 경향'이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의견이 절대적 진리라고 확신하게 되는 심리적 패턴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뇌의 인지적 유연성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오래된 사고방식이 더 강하게 굳어지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1].


관계는 어떻게 멀어지는가

이상한 건요, 이런 분들 대부분이 사람을 싫어하거나 상처 주려는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반대예요. 자식이 잘 됐으면 해서, 친구가 실수하지 않았으면 해서,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서 말을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그 말이 "나는 틀리고, 당신이 옳다"는 메시지로 들립니다.

한 번은 괜찮아요. 두 번도 넘어갈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반복되면, 사람들은 그 앞에서 입을 닫기 시작합니다. 말해봤자 내 이야기가 틀린 이야기가 되니까요.

그렇게 아들은 중요한 결정을 아버지에게 더 이상 물어보지 않게 됩니다. 친구는 새로운 소식을 먼저 알리지 않게 되고요. 배우자는 오랜 시간 침묵을 선택하게 됩니다.

가장 아픈 건, 정작 그분은 왜 주변이 멀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진심으로요.


내 이야기가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한 가지 질문을 드려봐도 될까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에는 '당연히 이게 맞다'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아, 내가 틀렸구나'라고 깨달은 순간이 있었나요?

아마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순간이 있어요.

그 말은 곧, 지금 내가 '맞다'고 확신하는 것 중에도, 훗날 '틀렸다'고 느낄 것이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지행동치료(CBT)에서는 이것을 '사고 재구성'이라고 합니다. 내 생각이 절대적인 진실이 아니라, 하나의 관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죠.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할 수 있다' — 이 두 문장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연습입니다 [2].

어렵지 않습니다. 딱 한 마디만 자신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을까?" 라고요.


마음챙김 — 생각을 바라보는 연습

마음챙김이라는 말이 좀 어렵게 들리실 수도 있는데요.

사실 아주 간단한 겁니다. 자신의 생각을 '그냥 생각'으로 보는 연습이에요.

예를 들어, 아이가 뭔가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우리 안에서 "그건 틀렸어"라는 생각이 올라온다면, 그 생각을 바로 말로 뱉기 전에 잠깐 멈추는 거예요. 그리고 '아, 지금 내 안에서 이런 판단이 올라오고 있구나' 하고 바라보는 거죠.

그 판단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게 아닙니다. 그냥 '이런 생각이 있구나'라고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연구에 따르면 마음챙김 연습은 인지적 유연성을 높이고, 관계에서의 반응적 갈등을 현저히 줄여줍니다 [3]. 하루 5분,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자신의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지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강점은 유지하면서, 관계도 지키는 법

중요한 걸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쌓아온 경험과 지혜는 정말 소중한 겁니다. 그게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다만, 그 지혜를 전달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거예요.

"그건 아니야" 대신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라고 물어보는 것. "그렇게 하면 안 돼" 대신 "내가 그런 경험을 했는데, 참고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 라고 말하는 것.

이 작은 차이가 관계를 완전히 바꿉니다.

자신의 강점을 알고, 그 강점으로 타인을 압도하는 게 아니라 연결하는 것. 긍정심리학에서는 바로 이것이 나이 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능력이라고 말합니다 [4].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

오늘 밤,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요즘 어때?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

그리고 그 대답이 무엇이든, 끝까지 들어주세요. 반박하거나 고쳐주려 하지 말고요.

그 시간이 5분이라도, 그 5분이 몇 년 동안 쌓인 거리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래 살아온 것은, 더 많이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깊이 듣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참고 문헌

  • [1] Salthouse TA. Selective review of cognitive aging. J Int Neuropsychol Soc, 2010;16(5):754-760. 원문 보기

  • [2] Beck AT, Haigh EA. Advances in cognitive theory and therapy: The generic cognitive model. Annu Rev Clin Psychol, 2014;10:1-24. 원문 보기

  • [3] Creswell JD. Mindfulness interventions. Annu Rev Psychol, 2017;68:491-516. 원문 보기

  • [4] Seligman ME et al. Positive psychology progress: empirical validation of interventions. Am Psychol, 2005;60(5):410-421. 원문 보기

작성·감수 백세건강설명서 편집팀·최종 검토 2026-06-03

안내 — 이 글은 공개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심리적 어려움이 지속되거나 심각하다면 전문 상담사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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